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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일명 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라고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원래 미국 정부에서 지원했는데 별 성과가 없자 지금은 규모와 지원을 대폭 축소했다. 영화 콘택트에서 주인공이 하던 일이다. 우주에 인류 말고 다른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는 시도는 전파망원경이 발명되고 나서다. 만약 우주 어딘가에 우리 정도 문화를 이룬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도 우리처럼 전자기파를 사용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우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전자기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전파는 인공적으로 송출하는 것이 일반이지만 자연에서 복사되는 전파도 있다. 물론 그 패턴이 달라서 우리는 그 차이를 가지고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전파인지, 혹은 어떤 지적 생명체가 보낸 것인지 구별한다.     전자기파는 우주 공간을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한다. 그런데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넓다. 천 배나 만 배쯤 크다기보다 오히려 우리 기준으로 무한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제 아무리 빠른 빛이라고 해도 그 속도는 한정되어 있는데 빛은 1초에 약 30만 km를 간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데 약 8분 19초가 걸리며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데 4년 4개월 걸리는데 우리 은하에만 그런 별이 약 4천억 개나 있다. 우리 은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빛의 속도로 10만 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은하수와 가장 가깝게 이웃한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이고 은하수에서 빛의 속도로 250만 년 걸린다. 우주에는 은하수나 안드로메다 같은 은하가 약 2조 개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입만 열면 억, 조라는 단위가 나오므로 실생활에서 그런 큰 수를 천문학적 숫자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으며 설사 엄청나게 빠른 비행체라도 빛의 속도에 근접할 수는 있어도 빛의 속도를 낼 수는 없다고 한다. 어떤 물체가 빛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질량과 부피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 언급한 대로 설령 빛의 속도를 내는 우주선을 타고 간다고 해도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데 4년이 넘게 걸린다.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나마 우리가 과학적 추측이라도 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생명체 존재 가능한 외계 행성 중 어떤 곳은 빛의 속도로 천 년을 가야 한다. 설령 그곳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의 과학 수준으로는 결코 갈 수 없는 거리다. 혹시 상대방이 지구를 방문하는 일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빛의 속도에 근접한 기술을 가졌다고 해도 문명과 문명을 왕복하기에는 턱없이 넓은 우주 공간이다.     그렇다면 이 우주에 생명체는 우리뿐이란 말인가? 이렇게나 넓은 우주에 달랑 우리 인간만이 유일한 생명체라면 그것은 분명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영화 콘택트의 주인공이 마지막 장면에서 했던 말이다. 우주의 규모로 봐서 비록 서로 왕래는 못 한다고 할지라도 문화를 가진 지적 생명체는 우리 인류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인류의 문명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외계 지적 생명체와 맞닥뜨릴 확률은 없다고 본다. 그 대신 우리 태양계 안에서 박테리아라도 찾는 것이 더 실현 가능성이 클 것이다. 미래 어느 날, 목성의 위성 유로파의 바다를 헤엄치는 플랑크톤과 극적으로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생명체 외계 외계 생명체 지적 생명체 생명체 존재

2024-11-1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력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는 달이다. 우리 인류는 얼마 전에 이미 달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달까지 가기 위해서는 우선 날 수 있어야 하지만, 그저 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력가속도를 이기고 우주 공간으로 솟아야 하는데 비행기나 열기구로는 턱도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로켓 추진 엔진이다. 초속 11.2km로 솟구쳐야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벗어날 수 있는데 이를 지구 탈출 속도라고 한다. 참고로 소리의 속도는 초속 0.34km이고 이를 마하 1이라고 하니 꼭 그렇지는 않지만, 계산상 지구 탈출 속도는 마하 33은 돼야 하고 그런 속도를 내려면 엄청난 연료가 필요할 것이며 그 무게 또한 상당할 것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하늘을 동경했다. 종교를 갖기 시작했을 때 하늘에는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살고 천사들이 하느님을 보좌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상상했던 천사는 새처럼 깃털로 된 날개를 달고 있었다. 인류는 날개를 이용해서 날아보려고 수천 년을 노력했지만 불가능했다. 날기 위해서는 꼭 그런 모양의 날개가 필요하다는 고정 관념에 얽매였고 기껏 새나 곤충의 날갯짓을 흉내 내는 것이 전부였다.     유체역학에서 빨리 흐르는 유체는 압력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안 후 윗면이 더 볼록한 고정된 날개를 만들고 그 날개 앞에서 바람을 불었더니 날개 위쪽의 기압이 낮아져서 위로 떠 오르려는 힘을 발견했다. 바로 양력, 뜨는 힘이다. 1903년 미국의 라이트형제는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기를 만들고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고작 12초 동안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인류 최초의 조종 가능한 동력 비행이었다. 형제는 2년 후 조금 더 개량된 비행기로 근 40분 동안 40km를 날았다. 다른 경쟁자들이 더욱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조종법의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고정익 비행기가 탄생했고 나중에 회전날개를 장착한 헬리콥터가 나왔다. 2차대전이 끝날 무렵 프로펠러 엔진은 제트엔진으로 대체됐고 결국 달까지 갈 수 있는 로켓 엔진이 탄생했다.     인간이 창공을 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수천 년이 걸렸지만 일단 하늘을 나는 법을 알자 단 66년 만에 우리는 지구 바깥 천체인 달에 첫발을 디뎠다. 양력을 발견한 것은 인류 역사상 불의 발견 후로 가장 획기적인 일이었다. 지금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다녀온다. 지금부터 겨우 백여 년 전에 나는 방법을 알아낸 인류는 그렇게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고, 달을 걷고, 조만간 화성을 지구화시켜 이주할 계획을 세웠다.     지구는 약 50억 년 전에 탄생했고 인류가 시작한 지는 약 35만 년이나 되었지만, 문명을 일군 것은 불과 5천 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지지부진 진화하고 발달하던 인류는 갑자기 몇백 년 전부터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 전기를 상용화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제는 우주로 뻗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양력, 즉 나는 법을 터득한 인류가 언제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은 우리의 물리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곧 그런 난관을 이기고 성간을 넘어서 은하 구석구석을 여행할 날이 올 것이고 결국 우리 은하 바깥 외부 은하에 도달할 날이 올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뜨는 힘, 즉 양력을 발견한 후 우리는 지구 밖으로 우리의 활동 무대를 확장하고 삶의 터전을 옮길 날이 머지 않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력 고정익 비행기 동력 비행기 지구 탈출

2024-11-0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수성 근일점

지구를 포함해서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들은 완전한 원운동을 하지 않고 타원 궤도를 따라 공전한다. 그 유명한 케플러의 법칙이다. 심지어는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의 궤도도 타원이다. 따라서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할 때 그 반지름이 항상 같지 않은데 그 중 가장 짧은 반지름을 지날 때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뜻에서 근일점(近日點)이라고 하고 반대로 가장 먼 지점을 원일점이라고 한다.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찌그러진 원 궤도, 즉 이심률이 가장 큰 타원 궤도를 공전하는 수성의 근일점이 계산할 때마다 일정하지 않고 조금씩 변하는 것을 발견한 천문학자들은 그 현상이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그 당시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과학계를 지배하고 있을 때여서 뉴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바로 과학자이기를 포기하는 행위였다.     그렇다면 왜 태양계의 행성들은 왜 원운동을 하지 않고 조금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돌고 있는지부터 알아본다. 만약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이 지구 하나뿐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정확한 원운동을 할 것이다. 그런데 태양계에는 지구 말고도 행성이 더 있다. 물론 중심성인 태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작은 질량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유인력의 법칙에 영향을 준다. 이런 조그만 차이가 각 행성의 공전 궤도에 미세하게 작용하여 아주 조금 찌그러진 타원 궤도 운동을 하게 만들었다.   태양계의 맨 외곽을 도는 해왕성은 1846년 독일의 천문학자 요한 갈레가 발견했지만, 갈레에게 그 부근을 잘 찾아보라고 정보를 준 사람은 프랑스의 위르벵 르베리에였다. 르베리에는 그 당시 마지막 행성이었던 천왕성의 궤도를 관측한 결과 천왕성 밖에 행성이 하나 더 있을 것으로 추측하여 수학적인 계산 끝에 새로운 행성이 존재할 만한 후보지를 골라 독일의 갈레에게 전했고 갈레는 바로 그곳에서 해왕성을 찾았다.     수성의 근일점이 관찰할 때마다 변하는 사실을 설명할 방법을 찾던 중 섭동 현상으로 해왕성의 존재를 추측하여 성과를 거둔바 있던 르베리에는 다시 똑같은 계산을 되풀이하여 그런 현상이 태양과 수성 사이에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천체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그 행성의 이름을 '불칸'이라고 지어 수성의 근일점 이동 현상을 설명하였다. 한술 더 떠서 그의 추종자 중 한 사람은 그 미지의 천체가 지구와 태양 일직선 위의 태양 반대편에 있고 지구와 공전 궤도가 똑같아서 지구상에서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보충 설명까지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해왕성 발견과 같은 행운이 따르지 않았고 불칸이란 이름은 웃음거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즈음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어서 유럽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은 의도적으로 적국인 독일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무시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곧이어 일반상대성이론까지 세상에 내놓았지만 그런 이유로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던 차 수성의 근일점 문제를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의 공식으로 간단히 풀어버렸다. 일이 이쯤 되자 영국의 학자들은 할 수 없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제 위치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수성 수성 사이 타원 궤도 공전 궤도

2024-11-0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연금술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크레용은 흔했는데 색분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몽당 색연필을 애지중지 보관했다가 방과 후 빈 교실에 몰래 들어가서 칠판에 알록달록 낙서하곤 했다. 한번은 친구가 크레용을 땅에 묻고 매일 소변을 주면 일주일 후에 색분필이 된다고 해서 열심히 따라 했지만 내 최초의 연금술은 소득 없이 끝났다. 하지만 연금술은 과학과 마술의 세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인류의 과학 발전에 큰 몫을 했다.   연금술이라고 하니까 아주 엉터리 마술 수준인 것으로 선입견을 품는데 놀라지 마시라, 우리가 잘 아는 사람 중 평생 연금술에 빠져 살던 사람이 있다. 바로 영국의 조폐국장을 역임하고 만유인력을 규명한 아이작 뉴턴이다. 뉴턴은 물리학이나 수학보다도 연금술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데 인생의 아무런 낙도 취미도 없었던 그는 매일 연구실에서 오로지 연금술에 매달렸다. 그는 돈을 더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기존 원소를 인위적으로 다른 원소로 바꿔보려고 애썼다.   연금술은 근대 화학이 자리 잡기 전까지 과학과 철학을 기반으로 일종의 마술과 같은 분야였다. 나중에 돌턴의 원자설이 자리를 잡으면서 한 원소를 다른 원소로 바꾼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납 같은 흔한 금속을 금으로 바꿔보려고 노력했는데 현대 과학 기술로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입자가속기에서 납이 금으로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구려 금속을 고가의 금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설비와 에너지가 필요하여 결국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커져서 경제성이 전혀 없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발품 팔아 금 광산을 찾아서 채굴하는 편이 오히려 싸게 먹힌다.     연금술이란 말은 처음에 이집트에서 생겼다가 나중에 아랍권으로 흘러 들어갔는데 흔한 금속으로 값나가는 금을 만들려는 시도에서 유래된 말이다. 과학이라기보다 주술과 미신으로 흐른 까닭에 14세기 초에는 로마 교황이 연금술을 금하기도 했다. 나중에 화학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영어 단어 화학(chemistry)의 어원은 연금술(alchemy)에서 유래한다.     글 서두에서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었지만 흔하고 가치 없는 금속을 땅속에 오래 묻어두면 나중에 금이 된다는 민간 신앙이 연금술의 시작이었다. 게다가 꼭 값나가는 금을 만든다기보다 쓸모없는 것이 금이 되는 것처럼 자신의 인생도 정화된다는 일종의 인생 수양이란 점에서 철학과도 연결된다.   얼핏 보아서 아주 비과학적인 연금술이지만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기 위해서 고안해 낸 증류 장치 같은 수많은 실험 도구들과 그 부산물로 얻어진 새로운 물질은 나중에 과학의 영역으로 자리 잡은 화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17세기 중엽 독일의 한 연금술사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소변이 색이 같은 황금과 아무래도 무슨 연관이 있을 것 같아서 소변을 가열하고 정제하다가 어떤 물질을 발견했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한다. 그가 발견한 것은 원자 번호 15번 인(phosphorus)이었다. 사실 물리학과 천문학이 주류 과학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동안 약학과 화학 등은 겨우 연금술의 형태로 그 명맥을 이어 내려오고 있었다. 동양에서는 돈이 되는 금을 만들려 하기보다 오히려 불로장생약에 더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연금 과학과 철학 과학 발전 현대 과학

2024-10-2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특이점

우리는 무엇인가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이지 않을 때 특이하다고 말하는데 물리학에서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란 그런 정상적이지 않은 곳을 의미하며 예를 들어 블랙홀의 중심이 그 좋은 예다. 블랙홀이란 우리 태양보다 큰 별이 수명을 다하며 자기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여 생긴 천체를 말하는데 현재 우리가 일궈놓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 쉽게 얘기해서 부피는 없는데 그 밀도가 무한대인 천체를 말하는데 아직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독일의 물리학자 슈바르츠실트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작아지는 속도가 어느 순간 그 표면을 떠난 빛의 속도와 같아지게 되는 가정을 했다. 태양과 같은 별은 핵융합 반응으로 빛을 내는 동안 터지려는 복사압과 별 내부에서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이 평형을 이루어 안정된 기간을 갖지만, 재료인 수소가 고갈되면 중력에 의해서 수축한다. 바로 슈바르츠실트가 생각했던 천체의 마지막 모습, 즉 블랙홀이 된다. 그래서 슈바르츠실트는 블랙홀의 선구자라고 불린다.     나중에 존 휠러라는 물리학자가 '중력적으로 완전히 붕괴한 물체'라는 조금 긴 표현을 썼다가 어느 강연 회장에서 한 청중이 차라리 간단히 Black Hole이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건의해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 그런데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Black이라면 왠지 저속한 성적 표현 같아 보인다며 우려했지만, 휠러는 고지식하고 근엄한 유대인 과학자였기 때문에 Black Hole이란 정식 이름을 갖게 되었다. 휠러는 웜홀(wormhole)이란 단어를 최초로 사용했던 과학자이기도 하다.   블랙홀은 자체의 질량에 따라서 그 반지름이 정해지는데 이를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부른다. 블랙홀의 특이점에 이르면 중력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우므로 빛조차도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그래서 그 경계선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부른다. 138억 년 전에 빅뱅으로 시작한 빅뱅 우주도 처음에 그런 특이점에서 시작했다고 가정하는 것이 현대 물리학이다.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고전물리학을 지나고 양자역학까지 섭렵한 인류지만 아직 우리의 물리학으로 블랙홀의 특이점을 설명할 수 없다. 현재까지의 관찰에 의하면 블랙홀의 주위는 매우 빠르게 회전한다. 그래도 우주의 법칙상 그 회전 속도가 빛의 속도를 능가할 수는 없다. 중심이 빛에 버금가는 속도로 회전하다 보니 공간에 구멍이 생기게 되고 그래서 보이지 않는 구멍이란 의미에서 블랙홀이란 이름이 붙었다. 구멍의 가장자리가 바로 사건의 지평선이고 그 경계를 지나면 빛을 포함하여 아무것도 돌아올 수가 없다. 바로 특이점이다.     현대 우주론의 대세는 빅뱅우주론이다. 138억 년 전 시간도 공간도 없던 시절 시작한 우주는 지수함수적인 팽창을 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곳이 바로 특이점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것에 x(X-선 촬영, 방정식에서의 x항), 암흑(암흑물질, 암흑에너지) 그리고 블랙(블랙홀)이란 접두사를 붙였다. 과학의 발달로 점차 윤곽이 드러나는 블랙홀도 조만간 그 특이점을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이 나올 것이다.     지금은 전기 에너지의 시대다. 그러나 고작 300년 전만 하더라도 인류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꿈도 꾸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특이점의 비밀이 풀리는 그날도 곧 올 것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특이점 특이점 singularity 물리학자 슈바르츠실트 회전 속도

2024-10-1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라그랑주 점

라그랑주는 18세기 말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데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우주 공간에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곳을 라그랑주 점이라고 부른다. 조제프-루이 라그랑주는 에펠탑에 새겨진 프랑스를 대표하는 과학자 72명의 이름 중 하나로 역사에 남았다.     무엇보다도 우주 시대를 맞은 지금 라그랑주 점으로 불리는 우주 공간의 중요한 위치 때문에 요사이 특히 많이 등장하는 용어다. 참고로 2021년 성탄절에 발사돼서 그 성능을 한껏 발휘하고 있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라그랑주 점 중 하나인 L2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지구 표면을 둘러싼 대기가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복사하거나 산란시켜 온전히 지상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망원경을 지구 밖 우주 공간으로 보내서 관측하면 훨씬 효과적인데 천체 간에 작용하는 인력 때문에 망원경이 움직이므로 위치를 바로잡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연료 소모가 너무 많으므로 천체 간의 중력이 상쇄되는 곳인 라그랑주 점을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만약 우주망원경이 지구 근처 어딘가에 있다면 당연히 태양의 인력에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 움직임을 방지하려면 당연히 로켓을 분사해서 그 반대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한두 번의 조정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야 한다면 상당한 연료 소모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우주 공간에 천체 간의 인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에 우주망원경을 배치해 놓으면 천체의 인력이 평형을 이루어 그 궤도를 공전하는 우주선이나 망원경이 추가 연료 소비 없이 작동할 수 있다.   큰 천체의 중력과 작은 천체의 원심력이 상쇄되는 곳을 라그랑주 점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경우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 주위에는 L1, L2, L3, L4, L5라고 이름 붙인 총 다섯 곳의 라그랑주 점이 있다. L1, L2, L3는 태양과 지구를 잇는 일직선 위에 있는데 불완전한 평형점이라고 불리며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위치를 수정해 줘야 한다. 현재 사용 중인 곳은 L1과 L2 두 곳이다.   L1; 직선상 태양-L1-지구 순으로 나열된 라그랑주 점 L1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있는데 1995년 미국과 유럽 우주국이 함께 발사한 태양관측위성 SOHO와 중국의 창어 5호가 그곳에 있다. 한쪽이 태양을 향해 있으므로 태양 관찰에 적합한 곳이다.     L2; 태양-지구-L2 순으로 직선상 나열된 라그랑주 점 L2에는 유럽 우주국의 가이아 우주망원경과 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있다. 특히 L2는 항상 지구 그림자 안에 있으므로 우주 관측에 아주 유리하다. 그러나 장비가 오작동하거나 고장 나면 머나먼 그곳까지 우주선을 보내서 수리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지구 상공 600km에서 한 시간 반마다 지구를 공전하며 천체를 관측했던 허블 우주망원경은 몇 번 우주선을 보내서 수리한 적이 있다.     L3;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정반대 쪽에 있는 라그랑주 점이다. 거기까지 가기도 힘들고 태양에 가려 통신도 불가능하다.   L4와 L5; 이 두 곳의 라그랑주 점은 완전 평형점이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라그랑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가이아 우주망원경 허블 우주망원경

2024-10-1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토성

토성(Saturn)은 태양계를 이루는 8개의 행성 중 목성 다음으로 큰데 지름이 지구의 약 9배 정도 된다. 태양계에는 총 8개의 행성이 있으며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등 안쪽에 자리한 4개의 행성을 내행성이라고 하는데 모두 암석행성이다.     이에 반해 그 바깥을 공전하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4개의 행성을 외행성이라고 구분하며 모두 가스행성이다. 토성의 대기는 목성처럼 거의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계 행성 중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수성, 금성, 화성, 목성, 그리고 토성이다. 옛날에는 해와 달도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라고 여겨서 해(일요일), 달(월요일), 화성(화요일), 수성(수요일), 목성(목요일), 금성(금요일), 토성(토요일) 등 7요일 체계가 만들어졌다.     토성은 한 번 자전하는데 지구 시간으로 약 10시간 30분 걸리고 태양 주위를 한 번 공전하는 데는 약 30년 정도 걸린다. 중력은 지구와 거의 같고 지구처럼 계절의 변화도 있다.     아름다운 고리를 가진 행성으로 유명한 토성은 그 별명이 '태양계의 보석'이다. 토성의 고리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갈릴레이였지만, 그가 사용했던 구식 망원경으로는 고리 전체가 다 보이지 않고 마치 동물의 귀처럼 쫑긋한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반세기 후에야 네덜란드의 천문학자였던 하위헌스 형제에 의해서 제대로 된 고리를 관측할 수 있었다.     사실 태양계의 외행성은 모두 고리를 가지고 있지만, 토성의 고리는 훨씬 크고 분명하다. 나중에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였던 카시니는 토성의 고리가 총 8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략 15년에 한 번씩 토성 고리의 기울기가 지구 면과 일치하게 되어 우리 눈에 고리가 보이지 않게 되는데 내년 봄에 또 토성의 고리가 관측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토성은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많은 위성을 가졌다. 하위헌스 형제가 최초의 위성 타이탄을 발견한 후 카시니, 허셜 등에 의해 계속 발견되어 지금까지 궤도가 확인된 총 145개나 되는 위성 중 타이탄이 가장 큰데 심지어는 토성의 형제 행성인 수성보다 더 크다. 사람으로 따지면 조카가 삼촌보다 덩치가 더 큰 경우다.     위성은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를 가리키는데 지구의 위성은 달 하나뿐이고 수성과 금성에는 위성이 없다.   1973년 4월에 발사된 파이오니어 11호는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1979년 11월에 토성에 접근하여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보냈는데 해상도가 좋지 않았다. 본격적인 토성 탐사는 그 후에 발사된 보이저호였는데 1980년 11월에 토성에 도달한 보이저 1호는 고해상도 사진을 보내기 시작했다. 1981년 8월 토성에 도달한 보이저 2호는 토성과 그 위성에 근접하여 비로소 관측한 정보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었다.     보이저 2호가 천왕성을 향해 날아간 후 2004년 7월 카시니-하위헌스 궤도선이 토성 궤도를 돌며 본격적인 토성 탐사를 시작했다. 2005년 1월 카시니-하위헌스 궤도선에서 분리된 하위헌스 탐사선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이 타이탄에 착륙하여 수집된 정보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타이탄 표면이 너무 추워서 탐사 장비가 얼어버리는 바람에 작동 불능 상태가 되었다. 파이오니어 10호, 11호와 보이저 1호, 2호에는 지구와 인간을 소개하는 금속판이 실려있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토성 목성 토성 토성 탐사 토성 궤도

2024-10-0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지구 자기장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는 하나의 큰 자석이다. 지구에 자성이 생긴 이유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액체 상태의 철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지구 자기장은 지구를 중심으로 먼 우주까지 뻗어있는데 중요한 것은 태양에서 오는 해로운 우주선으로부터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명체를 보호해 준다.   태양은 거대한 수소 핵융합 원자로다. 물론 생명에 필요한 열과 빛을 주는 일도 하지만 수소폭탄이 터질 때 생기는 막대한 방사성 물질이 함께 나오므로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우주 공간으로 나갔다가는 방사선 피폭을 당한다. 다행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지구 자기장이 그런 해로운 방사성 물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갈릴레이가 활동하던 시절 영국 출신 의사였던 윌리엄 길버트는 자기학의 아버지라고 불렸지만, 전기와 자기는 서로 관계가 없는 독립된 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19세기에 이르러 이 두 학문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전자기학으로 합쳐졌다. 그는 지구 자체가 큰 자석이라고 생각하여 당시 항해할 때 사용하던 나침반의 원리를 설명했다.   우주의 겉모습만 보면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유는 공기와 물이 있고 온도가 적당해서라고 쉽게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 덕분이다. 별은 수소 가스가 핵융합하며 빛과 열을 내는 천체다. 그런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에 생명이 발원하여 살려면 당연히 물과 공기가 필요하고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야 한다.     하지만 핵융합에서 생기는 방사성 물질은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해가 된다. 태양과 같은 별이 핵융합하여 만들어 내는 방사성 물질은 태양계의 모든 행성에 쏟아진다. 다행히 우리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자기장이 그런 해로운 방사성 물질을 막아 줄 뿐만 아니라 생명체에 해로운 자외선까지 걸러준다. 미래의 지구 식민지가 될 화성에는 자기장이 거의 없어서 화성의 지구화 과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한다.   자기장의 단위는 현재 널리 통용되는 국제단위계에서 테슬라(T)를 자기장의 단위로 사용하는데 미국으로 귀화한 물리학자 테슬라의 이름을 따른 단위이며 현재 전기 자동차 업계 선두를 달리는 회사도 그 이름이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과 부딪혀 빛을 내는 현상이다. 보통 고위도 극지방에서 발생한다. 약하기는 하지만 태양계 다른 행성의 극지방에서도 보인다.   지구 자기장 내부에 밴 앨렌대라고 하는 고에너지 방사성 물질이 모인 곳이 있다. 태양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방사성 물질이 지구의 자기장에 붙잡힌 곳이다.   지구의 자성은 약 50만 년을 주기로 뒤집히고 있다. 지리적 위치가 바뀐다는 말이 아니라 자성이 변하기 때문에 그럴 때는 나침반을 거꾸로 읽어야 한다. 지구 내부에 액체 상태의 철이 흐르는 방향이 바뀌어서 그런 일이 생긴다고 추측한다. 지금 상태가 벌써 50만 년이 되어가고 있으니 이제 바뀔 때가 되었다. 그렇게 되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어류나 철새에 문제가 생겨서 지구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 기재의 방향을 모두 조정해야 하는데 이를 지자기역전이라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자기장 지구 지구 자기장과 지구 생명체 지구화 과정

2024-09-27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천체의 운행 속도

바람 한 점 없는 날 연못을 들여다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자기 얼굴은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또렷하다. 갑자기 온 세상이 멈춘 것 같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는 매 순간 엄청난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전하는 중인데도 전혀 그런 움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달리는 기차 안의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빛이다. 빛은 똑딱 하는 순간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인 우주에서 절대적인 것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빛의 속도인데 초속 약 30만km쯤 된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을 정확히 한 바퀴 도는 기간을 1년으로 삼았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 궤도를 그리며 도는데 그 거리는 총 9억 4천만km나 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 속도는 초속 약 30km쯤이다. 간단한 산수 계산을 하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속도는 총알보다 무려 75배나 빠르다. 게다가 지구는 자전하면서 동시에 공전한다. 지구가 한 번 완전히 자전하는 시간을 하루라고 정했는데 적도 지방을 기준으로 지구는 총알의 속도와 맞먹는 초속 약 0.46km로 스스로 돌고 있다. 소리의 속도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자전한다는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어지러워진다.   달도 지구를 중심으로 초속 약 1km의 속도로 돈다. 하늘에 걸려있는 희끄무레한 낮달이 비록 우리 눈에는 그냥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초에 1km를 날고 있다. 지구는 그런 달을 품고 태양 주위를 1초에 30km씩 공전한다. 태양도 우리 은하 중심부를 기준으로 초속 약 230km의 속도로 공전하는데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데 대략 2억 5천만 년 정도 걸린다고 추측한다. 이를 은하 년이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태양은 초속 230km로 움직이고, 지구의 속도는 초속 30km이며, 달은 초속 1km다.     최근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한없이 팽창하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고 하는데 이를 우주 가속 팽창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지만, 우주의 어느 지점부터는 팽창 속도가 빛보다 빨라지므로 그 경계의 바깥쪽에 있는 은하를 떠난 빛은 결코 관찰점에 도달할 수 없다. 그래서 거기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른다. 사실 빛은 항상 같은 속도로 진행하는데 그 빛을 담고 있는 공간이 팽창하는 까닭에 결과적으로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것처럼 보인다.   1977년 지구를 떠나서 지금까지 47년을 날아 태양계를 막 빠져나가고 있는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물체 중에서 가장 먼 곳을 지나는 중인데 현재 속도는 초속 약 17km라고 한다. 우주 공간은 진공이어서 공기 저항이 없으므로 그런 속도가 가능하며, 연료 없이도 영원히 같은 속도로 날 수 있지만, 태양의 바로 이웃 별까지 가는 데도 수만 년 걸린다고 한다.     참고로, 미국 도시를 잇는 보잉 737 제트 여객기의 평균 속도는 시속 960km 정도니까 1초에 0.25km를 난다는 말이다. 또 미국 고속도로의 최고 속도 기준은 55마일이므로 이를 변환하면 초당 약 0.025km가 되니 천체의 움직임에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천체 운행 팽창 속도 운행 속도 공전 속도

2024-09-2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흑색왜성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측정 도구나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예측 속에 존재하던 것이 나중에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블랙홀이나 중력파의 발견이 그랬고, 원소주기율표 상의 여러 원소와 힉스 입자도 추측한 후 나중에 발견되었다.     밤하늘을 쳐다보면 무수한 별이 반짝인다. 그러나 별 속에 섞여서 반짝이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태양계의 행성은 별이 아니다. 게다가 별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별의 집단인 은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약 4천억 개의 별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그런 은하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우리 눈에는 그저 한 개의 별처럼 보일 뿐이다. 은하가 약 2조 개쯤 모여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하니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의 총수는 지구상 흙 알갱이보다도 많다.   그러므로 우주의 기본 구성단위는 우리의 태양과 같은 별이다. 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 흑색왜성이란 것이 있다. 물론 이론상의 별이다. 별이란 우주 공간에서 떠돌던 수소 구름이 중력에 의해 뭉쳐져서 핵융합 반응을 하여 빛과 열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따라서 별을 이룬 수소가 소진되면 생을 마친다.     우리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은 종국에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지만, 그 크기가 우리 태양 정도 되는 별은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면 부풀어서 적색거성이 되고 결국 백색왜성이 되어 그 종말을 맞는다.     지금부터 약 45억 년 전에 태어난 태양은 현재 주계열성 단계인데 앞으로 50억 년 후에는 크게 부풀어 적색거성이 되고 나중에 바깥 부분이 성운이 되고 나면 작은 백색왜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상상할 수도 없는 긴 시간이 지나며 주변의 우주 공간과 거의 같은 온도까지 내려가게 되는데 그때의 상태를 흑색왜성이라고 추측한다.     별이 태어나서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 적색거성이 되고 나중에 백색왜성으로 변할 때까지는 현재 우리가 사는 우주에서 관찰되지만, 백색왜성이 식어서 흑색왜성으로 변할 때까지는 현재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흑색이기 때문에 가시광선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설사 그런 별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찰할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우주의 암흑물질처럼 중력파에 의해서만 존재를 알 수 있는데 우리 과학 기술은 아직 중력파를 자유자재로 탐지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이라고 추정한다.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그런데 백색왜성이 식어서 흑색왜성이 되기까지는 과학적인 추산으로 적어도 수백 조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우주에 흑색왜성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저 태양 정도 되는 크기의 별이 생을 다하고 맨 마지막에 이르는 이론적인 단계가 바로 흑색왜성이다.   별 중에는 갈색왜성이란 것도 있는데 흑색왜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수소 가스가 중력으로 뭉쳐서 별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 태양의 약 10% 정도 크기에 머무르면서 지속적인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천체를 갈색왜성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별이 되다가 만 별 비슷한 천체를 말한다. 영어 brown을 갈색이라고 번역했는데 사실 우리 눈에는 붉은색이나 오렌지색으로 보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흑색왜성 우주 공간 별이란 우주 현재 우주

2024-09-1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 중첩

얼마 전까지는 전자가 과학의 화두여서 전자계산기, 전자현미경, 전자오븐, 전자공학과 등등 세상은 전자로 도배되는 것 같더니 이제는 양자역학 이야기가 넘친다. 이미 양자컴퓨터가 소개되었고 곧 일반화될 것 같다.   뉴턴에서 시작하여 아인슈타인까지 내려오는 고전역학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시간당 10km를 가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세 시간 후에 그 자전거는 출발지에서 30km 떨어진 곳을 지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대포알의 궤적을 계산할 수 있었고 결국 인류는 달을 디딜 수 있었다. 우주 정복은 시간문제처럼 생각되었다.   그런데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이 들어맞지 않았다. 전자는 아무리 작다고 해도 질량을 가진 물질인데 고전역학적 계산으로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거시세계의 움직임과 미시세계의 움직임에는 두 가지 다른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자연계 현상을 설명하는 데 두 가지 공식이 필요한 전례가 없어서 과학계는 당황했다.   양자역학적 현상에 양자 중첩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직관적인 지식을 가진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예를 들어, 상자 속에 고양이를 넣고 그 고양이가 살아 있을지 죽었을지를 묻는다면 답은 딱 두 가지다. 살아 있는 고양이가 나오거나 이미 죽은 고양이가 발견되는 것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적 답은 다르다. 상자 속 고양이는 삶과 죽음 두 가지 상태로 겹쳐 있다가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고양이는 살아 있거나 죽은 고양이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의 위치는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궤도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분포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약 90% 정도 되는 곳을 전자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물은 100도에서 끓고 0도에서 언다고 배운 우리에게 과학이 확률 놀음이라니 말이 안 된다. 아인슈타인이 화를 내며,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역정을 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아인슈타인이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가리키며 저 달은 항상 저곳에 있는지 물었더니 양자역학을 주장하는 과학자의 말로는 관찰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하자 아인슈타인이 먹던 컵라면을 집어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상자 속 고양이는 이미 죽었든지 아니면 살아 있는 것이 과학적인 이야기인데 삶과 죽음이 중첩되어 있다가 뚜껑이 열리는 순간 생과 사가 갈린다는 말은 암만 생각해도 과학적인 표현은 아니다. 하늘에 달이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지, 있고 없고가 중첩되어 있다가 우리가 하늘을 쳐다보는 순간 비로소 결정된다는 것은 당연히 말장난같이 들린다. 아인슈타인이 화를 낼만도 하다.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입자와 파동이 중첩되어 있다가 관찰을 당하는 순간 입자의 성질을 보이기도 하고 파동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양자 중첩 현상을 이용하면 엄청나게 빠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데 바로 양자 컴퓨터다. 우리가 천재라고 칭송하는 아인슈타인이 이해를 못 했을 정도니 일반인으로서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 중첩 양자역학 이야기 양자역학적 현상 양자 중첩

2024-08-3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쿼크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을 아주 작게 쪼개면 분자의 상태가 될 것이고 분자는 원자의 모임으로 이루어졌다. 원자는 중앙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공전한다. 마치 우리가 속한 태양계를 축소해 놓은 듯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중심에 있는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들어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양성자의 수에 따라서 다른 원소가 된다. 수소는 양성자가 하나이고, 헬륨은 양성자가 둘이며, 철은 26개, 마지막으로 제일 무거운 우라늄 핵에는 양성자가 무려 92개나 들어있다. 질량을 따지면 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거의 같은 무게지만,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보다 약 2천 배 정도 무겁다.   그런데 미국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은 196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도 더 작은 단위로 쪼개질 수 있으며 그것에 '쿼크'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쿼크란 이름은 아일랜드의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피네간의 경야〉에서 나오는 갈매기의 울음소리를 인용했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술 같은 액체를 계량하는 단위인 쿼트를 변형했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소설 속에서 '세 번 쿼크'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우연인지 모르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쿼크 역시 하나씩 존재할 수는 없고 항상 세 개가 모여야 한다.     4년 후 쿼크가 실험실에서 발견되자 머리 겔만은 노벨상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물질의 기본 단위는 원자가 아니라 쿼크라는 입자가 되었고 바야흐로 우리는 입자물리학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가장 기본 단위인 줄 알았던 양성자와 중성자는 한 개 이상의 쿼크라는 더 작은 단위로 구성된다. 쿼크는 모두 여섯 가지 종류가 있는데 위 쿼크, 아래 쿼크, 맵시 쿼크, 기묘 쿼크, 꼭대기 쿼크, 바닥 쿼크 등 재미난 이름이 붙여졌다. 그 여섯 가지 쿼크 중 위 쿼크와 아래 쿼크가 이리저리 3개씩 모여서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물질을 만든다.     양성자는 두 개의 위 쿼크와 한 개의 아래 쿼크로 되어 있고, 중성자는 한 개의 위 쿼크와 두 개의 아래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쿼크가 모여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어 원자핵을 이루고 핵과 전자가 결합하여 원소가 되었다. 아까 말한 대로 핵 속의 양성자 수에 따라 우리 우주에는 92가지의 기본 원소가 존재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원자핵 속에 양성자가 하나 있으면 수소(H) 원자다. 양성자가 8개면 산소(O) 원자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하면 물 분자(H₂O)가 된다. 마찬가지로 이 우주의 모든 물질은 우주를 이루는 92개의 기본 원소로 되어 있고, 각각의 원소는 원자핵 속의 쿼크의 조합인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이 삼라만상의 비밀이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세상 모든 물질은 물, 불, 공기, 흙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엠페도클레스는 인류 최초로 빛도 속도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인데 그가 말한 소위 물질의 4원소설이 발전하여 그로부터 한 세기 후 데모크리토스는 원자설을 주창했다. 그는 물질을 계속 잘게 쪼개면 결국 더 나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데 이것을 원자라고 했다. 그러나 원자도 쿼크라는 입자로 구성되어있다는 것까지 현대 과학이 밝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쿼크 쿼크 꼭대기 바닥 쿼크 맵시 쿼크

2024-08-2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 삼체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공상과학 드라마 '삼체'를 방송했다. 여기서는 TV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삼체란 글자 그대로 세 개의 천체를 뜻한다. 천체란 태양, 화성, 소행성, 달, 별 같은 하늘에 떠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그런 천체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므로 삼체의 좋은 예로는 우선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을 들 수 있다.     삼체문제를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사실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은 두 물체 간에 성립되는 법칙이다. 태양과 지구, 혹은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관한 법칙이다. 쉽게 얘기해서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란 힘이 있는데 이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체가 있어서 만약 천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 천체의 관계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천체 사이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한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삼체문제를 소개했지만,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이 태양계를 굽어살피시고 있다'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삼체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지구가 속한 항성계인 태양계에는 중심성이 딱 한 개 있다. 태양이란 이름의 홑별 주위를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 우리 태양계다. 그래서 우리는 은하의 모든 항성계에는 중심성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를 제외한 항성계에는 두 개의 별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많고, 세 개의 별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에 행성을 거느린 삼중성계도 있으며, 그 이상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도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가 바로 삼중성계다. 우리 태양계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그곳에는 세 개의 중심성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그중 아무 행성에서 하늘을 봐도 세 개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계 바깥 저 멀리서 문명을 이루었는데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태양과 그들이 사는 행성의 얘기니까 사체가 맞는 말이지만, 중심에 있는 세 개의 항성에 비해 그들이 사는 행성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아서 그냥 삼체라고 한 것 같다. 세 개의 태양에 영향을 받는 행성 위의 삶이 불안정해서 어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이 지구를 발견했지만, 그들이 지구까지 날아오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의 과학 기술이 더는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네가 정복하기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딱 한 개의 전자가 공전하고 있어서 핵과 전자 하나뿐인 단둘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모형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원소인 원자 번호 2번 헬륨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 두 개가 공전하므로 당연히 삼체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전자가 세 개 이상인 원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공상과학 드라마 우리 태양계

2024-08-1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삼체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공상과학 드라마 '삼체'를 방송했다. 여기서는 TV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삼체란 글자 그대로 세 개의 천체를 뜻한다. 천체란 태양, 화성, 소행성, 달, 별 같은 하늘에 떠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그런 천체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므로 삼체의 좋은 예로는 우선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을 들 수 있다.     삼체문제를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사실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은 두 물체 간에 성립되는 법칙이다. 태양과 지구, 혹은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관한 법칙이다. 쉽게 얘기해서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란 힘이 있는데 이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체가 있어서 만약 천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 천체의 관계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천체 사이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한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삼체문제를 소개했지만,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이 태양계를 굽어살피시고 있다'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삼체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지구가 속한 항성계인 태양계에는 중심성이 딱 한 개 있다. 태양이란 이름의 홑별 주위를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 우리 태양계다. 그래서 우리는 은하의 모든 항성계에는 중심성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를 제외한 항성계에는 두 개의 별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많고, 세 개의 별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에 행성을 거느린 삼중성계도 있으며, 그 이상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도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가 바로 삼중성계다. 우리 태양계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그곳에는 세 개의 중심성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그중 아무 행성에서 하늘을 봐도 세 개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계 바깥 저 멀리서 문명을 이루었는데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태양과 그들이 사는 행성의 얘기니까 사체가 맞는 말이지만, 중심에 있는 세 개의 항성에 비해 그들이 사는 행성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아서 그냥 삼체라고 한 것 같다. 세 개의 태양에 영향을 받는 행성 위의 삶이 불안정해서 어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이 지구를 발견했지만, 그들이 지구까지 날아오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의 과학 기술이 더는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네가 정복하기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딱 한 개의 전자가 공전하고 있어서 핵과 전자 하나뿐인 단둘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모형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원소인 원자 번호 2번 헬륨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 두 개가 공전하므로 당연히 삼체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전자가 세 개 이상인 원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리 태양계 사실 태양계 원자핵 주위

2024-08-1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빛의 속도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찰나를 살던 우리 인간은 감히 빛의 속도를 체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빛은 속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가 올 때 번쩍거리고 나서 천둥소리를 듣던 우리는 소리에 속도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일 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도는 빛의 속도를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생각을 인류 최초로 한 사람은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였다. 17세기 중엽에 갈릴레이는 빛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실험을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빛의 속도를 알려는 인류 최초의 시도였다.     갈릴레이는 서로 마주 보이는 두 개의 산봉우리 꼭대기에 등불을 설치하고 빛이 왕복하는 시간을 측정해서 빛의 속도를 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너무 과소평가한 까닭이었다. 갈릴레이의 장난 같은 실험 후 덴마크의 천문학자 올레 뢰머는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식 현상을 이용하여 26%라는 오차가 있었지만, 인류 최초로 빛의 속도를 그나마 정밀하게 구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빛은 전자기파 중에서 우리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부분이다. 그래서 전자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았다. 이 우주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왜 빛의 속도가 우주 속도의 한계인지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빛에 근접할 속도를 내려면 물체의 길이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현대 과학 기술 수준으로 빛의 속도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면 화살의 속도는 말이 달리는 속도와 화살의 속도를 합한 것이다. 그러나 달리는 말 위에서 플래시 불빛을 비추면 말의 속도와 상관없이 플래시 불빛은 항상 빛의 속도와 같다. 다시 말해서 빛의 속도는 빛을 내는 물체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항상 초속 30만km로 일정하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 초속 0.34km인데 반해 빛은 일 초에 30만km를 간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데 약 8분 19초가 걸리고, 지구를 떠난 빛이 달까지는 1.3초 걸려 도달한다. 47년 전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 1호가 날고 있는 곳은 태양계 끝자락인데 빛이 그곳까지 가는 데 22시간 걸린다. 보이저호는 지금 초속 20km 정도 되는 속도로 날고 있는데 이는 총알보다 약 20배나 빠른 어마어마한 속도다. 로켓이 반세기 걸리는 곳인데도 빛은 만 하루 만에 주파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태양을 떠난 빛이 태양계를 완전히 떠나는데 만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그 빛이 태양이란 별과 가장 가까운 이웃 별까지 가는데 4년 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은하에는 그런 별이 무려 4천억 개나 있고 그렇게 이루어진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우주의 외곽은 빛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니 거기서 출발한 빛은 절대로 우리 눈에 도달할 수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우리를 중심에 놓고 모든 방향으로 약 460억 광년 떨어진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한다. 조금 전에 얘기한 대로 로켓이 50년을 가는 거리를 단 하루에 주파하는 빛의 속도로 460억 년이 걸린다니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에서 빛은 속도의 한계이고, 모든 것이 상대적인 우주에 절대적인 것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빛의 속도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속도 우주 속도 플래시 불빛 태양 표면

2024-08-0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끝까지

금성 반대편으로 가장 가까운 행성이 화성인데 현대 로켓 기술로 편도 당 약 7달이나 걸린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호는 그렇게 화성을 거치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지나 지금까지 47년 동안 날아서 태양계를 막 벗어나고 있다. 아직 태양인력이 미치는 곳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보이저호는 현재 성간(星間)을 나는 중이다.     성간이란 별과 별 사이를 말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별이 지구가 속한 태양이고 보이저호는 지금 태양이란 별의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로 향해서 날고 있는데 태양 빛이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약 4년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 은하라고 부르는 은하수 은하에 태양, 그리고 바로 곁에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별이 있다. 우리 은하 안에는 태양과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포함하여 무려 4천억 개나 되는 별이 있고,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쯤 모여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한다. 우주가 138억 년 전에 빅뱅이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작하여 시간과 공간이 생겼고, 그 후 계속 가속 팽창하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그 지름이 약 930억 광년 정도 된다고 추측하기에 이르렀다. 굳이 관측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빛의 속도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우주는 빛을 통해서 보이거나 탐지되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 안에서의 이동은 빛의 속도로도 수억 년씩 걸리고 더군다나 우주를 이루는 대부분 물질이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서 아직은 우리가 판단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우주의 시작과 끝을 가늠할 정도의 과학 기술로도 아직 우주 전체의 중력을 거스르는 척력을 밝히지 못했고, 어렵게 찾아낸 블랙홀도 현대 물리학으로 풀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우주 바깥은 무엇인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도 없다. 그런 우주를 어떻게 여행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빛조차 수억 년 걸리는 우주여행을 우리가 직접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인공지능 얘기지만, 얼마 전까지는 가상현실이 화두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직접 루브르 박물관을 가지 않고도 컴퓨터 앞에 특수한 안경을 착용하고 마치 자신이 그 건물 안에 들어가서 직접 관람하는 효과를 느끼는 것이다. 천체물리학이 엄청나게 발달하여 우주 끝도 그렇게 가상현실에서 여행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법이 아니고서는 빛의 속도로도 수억 년씩 걸리는 우주 공간을 실제로 여행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구단을 줄줄 외는 초등학생에게도 인수분해는 급이 다른 산수다. 하지만 인수분해를 통달한 학생에게 미적분을 들이대면 그런 것도 수학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무나 기름을 때서 불을 밝히던 시절에 살던 사람은 백열등을 행여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우리는 탈것을 통한 여행 시대에 산다. 하지만 미래의 여행은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는 수억 광년 떨어진 다른 은하 속의 별까지도 방문할 날이 올 것이다. 필자가 초등학생 시절에 우리 집에 처음으로 전화가 설치됐다. 그때는 지금처럼 전화를 가지고 다닐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화가 되는 작은 컴퓨터(스마트폰)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지 않는가!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우주 공간 우주 전체 우주 바깥

2024-07-2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자

얼마 전까지 물질을 쪼개고 또 쪼개면 마지막에는 원자 상태가 되고 그것이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줄 알았다. 그런 원자는 중앙에 핵이라고 불리는 상대적으로 아주 무거운 것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돈다고 생각했다. 핵 속에는 +전하를 갖는 양성자와 전하가 없는 중성자가 있고, 양성자의 수에 따라 서로 성질이 다른 원소가 되어 양성자가 하나면 수소, 둘이면 헬륨이 되고 산소는 양성자가 8개, 철은 26개, 마지막으로 가장 무거운 우라늄은 원자핵 속에 양성자가 92개나 들어있다는 것도 알았다. -전하를 띄는 전자는 양성자와 같은 수만큼 존재하면서 원자핵 주위를 돈다. 그래서 수가 같은 양성자와 전자는 전하가 서로 상쇄되어 원자 전체는 전기를 띄지 않는다. 전하는 같지만, 질량으로 따지면 양성자는 전자보다 약 2천 배나 무겁다.   그런데 과학 기술의 발달로 양성자 속에서 더 작은 쿼크라는 소립자가 발견되어 지금은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가 원자가 아니라 입자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에 익숙했던 우리는 드디어 입자물리학 시대에 들어섰다. 아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 입자 간에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는 이론을 표준모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표준모형을 이루는 17개 기본 입자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던 낯익은 전자가 눈에 띈다. 양성자나 중성자보다 턱없이 작았던 전자는 사실 입자였다.   전자가 어떤 모습으로 원자핵과 어울리는지에 따라 원자 모형은 시간이 흐르며 바뀌었다. 1897년 최초로 전자를 발견한 영국의 조지프 톰슨은 건포도가 군데군데 박힌 빵처럼 전자가 원자 주위에 무작위로 퍼져있는 원자 모형을 추측하였다. 그러나 톰슨의 제자였던 어니스트 러더포드는 마치 태양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모습의 원자 모형을 내놓았지만, 곧 닐스 보어에 의해 조금 변형된 원자 모형이 발표되었다. 보어는 전자가 어떤 정해진 궤도를 돈다는 사실을 알고 양자역학이란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의 문을 열었다. 현재 원자의 모습은 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전자는 궤도를 공전한다기보다 핵 주위에 구름처럼 퍼져있으며 전자의 위치는 오로지 확률로만 알 수 있다고 한다.   전자는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알 수 없고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알 수 없으므로 고전역학으로 이해가 안 되는 존재다. 하이젠베르크는 이를 불확정성의 원리로 설명해서 노벨상을 받았다. 양자역학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미시세계에서 전자의 수상한 움직임을 알아차린 인류는 대학에 전자 공학이라는 전공을 만들어 따로 연구 발전시켜서 전자오븐, 전자현미경, 한때 전자계산기라고 불렸던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전자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려서 수소 원자의 경우 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속도는 빛보다 130배나 느리다. 그리고 원자핵보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가벼우므로 두 물체를 서로 비비게 되면 전자가 상대편으로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 일상적인 말로는 정전기가 생겼다고 한다. 원자가 모여서 이루어진 분자는 원자간 전자의 움직임과 공유 모양에 따라 그 화학적 성질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서 어떤 물질이 화학적 특성을 갖는 이유는 전자에 달렸다는 말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전자를 포함한 입자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자 원자핵 주위 전자오븐 전자현미경 가운데 원자핵

2024-07-1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반도체

얼마 전에 자동차를 샀는데 열쇠가 하나만 따라왔다. 지금 세계적으로 반도체가 부족해서 그렇다면서 나머지 하나는 몇 달 후에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에서 반도체 부족에 관한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지금 반도체는 모든 전자 기기에 사용된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기부터 각종 가전제품, 탈것, 컴퓨터와 군사용 무기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도체는 구리선처럼 전기가 잘 흐르는 물체를 말하고 부도체는 사기나 고무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를 말하는데, 반도체란 그 이름이 의미하듯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쯤 되는 일을 한다.     반도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진공관과 트랜지스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진공관이란 유리로 만든 튜브 속 공기를 빼고 전기 단자를 연결한 관을 말한다. 원래 에디슨이 전구의 성능을 향상하는 실험을 하다 발견했는데 자기가 찾던 것이 아니어서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나중에 미국 전역에 깔린 장거리 전화선의 증폭기로 사용되었다.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은 미 전역에 구리선을 설치했는데 문제는 전기가 먼 거리를 갈 때 그 세기가 약해지는 것이었다. 원래 진공관은 멀리 가면서 약해진 전류를 증폭시키기 위해 발명되었는데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정류 기능도 있고 전기를 흐르게도 하고 차단하기도 하는 스위치 기능도 있다. 진공관은 스위치 기능 때문에 컴퓨터에 응용되어 최초의 컴퓨터였던 에니악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진공관은 열이 많이 나고 전력 소비가 심했으며 유리로 만들어서 이동이 불편했다. 그런 진공관의 약점을 보완하는 트랜지스터는 1947년 미국의 벨 전화회사 부설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트랜지스터는 전력 소모가 적고 생산이 쉬웠으며 작고 가벼워서 전기 기구에 쓰이기 안성맞춤이어서 순식간에 전화회사는 물론이고 TV, 라디오, 축음기에 들어가던 진공관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트랜스(바꾸다)와 레지스터(저항)의 합성어인 트랜지스터는 글자 그대로 저항을 바꿈으로 전류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며 트랜지스터는 하는 일에 비해 상당히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반도체가 트랜지스터의 소재다.   반도체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전도체도 되고 부도체도 되는 물체를 말하는데 모든 전기 기기에 사용되는 핵심이다. 반도체로 만들어진 트랜지스터를 수없이 많이 모아놓은 것을 집적회로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국인 과학자가 등장한다. 벨 전화회사 연구소의 강대원 박사인데 집적회로 발달에 획기적인 공을 세우신 분이다. 나중에 실리콘을 반도체에 사용하면서 집적회로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성능은 일취월장 향상되었다. 실리콘이란 원자 번호가 14번인 규소인데 지구 껍질의 약 25%나 되는 풍부한 물질이라고 한다.   규소의 영어 이름이 Silicon이고 그 규소를 이용하여 합성한 결과물이 성형 보조물이나 접착제 같은 Silicone이다. 단어가 거의 같고 발음도 같아서 혼동하기 쉽다. 지금 Silicon은 반도체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으로 유명한 실리콘 밸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반도체인 실리콘을 소재로 만든 집적회로가 바로 마이크로프로세서라고 불리는 시스템반도체이고 지금 한국이 세계적으로 주도권을 잡은 분야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반도체 반도체 이야기 반도체 산업 반도체 부족

2024-07-12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기와 자기

인류의 문명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물, 불, 전기가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우선 물이 있어야 생명이 시작할 수 있으므로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지금도 태양계의 행성이나 위성을 포함해서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의 존재를 찾는데 먼저 물이 있는지 탐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처음에 원시 상태이던 단순한 생명체는 점점 복잡한 구조로 진화하여 결국 우리 인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호기심이 많던 인류의 조상은 불을 다룰 줄 안 후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음식을 익혀서 먹기 시작하자 영양소의 공급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현저한 두뇌 발달을 가져왔고, 추위와 사나운 맹수로부터 몸을 보호했고, 해가 지면 어두워서 움직이지 못하다가 불을 밝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동할 수 있었다. 불의 사용으로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며 이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18세기가 끝나갈 무렵 인류는 전기와 자기에 관해서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실 전기와 자기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2천 년 동안 그 둘은 전혀 관계 없는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갈릴레이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영국인 의사 윌리엄 길버트는 자기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데 그는 지구가 거대한 자석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길버트는 천체끼리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의 원천을 자기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케플러조차 그 이론에 동의했다고 한다. 길버트는 전기와 자기에 관한 여러 가지 실험을 한 후 결국 전기와 자기는 완전히 별개의 현상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유럽에서는 관찰과 실험을 통한 연구가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19세기에 이르러 전기와 자기는 한 몸에서 관찰되는 다른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때 등장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자신의 주특기인 수학을 이용해서 그동안 다른 과학자들이 이미 밝혀놓은 전기와 자기에 얽힌 이론을 간단한 수식으로 말끔히 정리했다. 그 유명한 맥스웰 방정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21세기를 사는 우리조차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전기와 자기와 빛이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마지막 공식을 유도하면서 파동으로 퍼지는 전자기파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다는 사실을 알자 빛도 전자기파의 일부분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얼마 후 헤르츠에 의해서 실험으로 증명된 후 전자기파의 정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기차에 증기기관을 사용했지만, 오래 전부터 디젤엔진이 장착된 기관차가 달렸다. 하지만 디젤로 발전해서 만든 전기로 모터를 돌려 동력을 얻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디젤전기기관차라고 불러야 옳다고 한다. 자동차도 지금 휘발유에서 전기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전기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어둠을 밝혀주는 각종 조명기구, 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 주는 가전제품, 그뿐만 아니라 현대 문명의 중추인 컴퓨터도 전기를 공급하지 않으면 작동할 수 없다. 심지어는 인간의 뇌와 몸에 퍼진 신경조직도 전기 신호로 일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전기를 이해하고 사용하면서 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만약 전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불도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방에서 눈을 찡그리고 TV를 보며 곁에 둔 휴대전화를 더듬거리며 찾는 불편한 생활을 할 것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기 전기 신호 사실 전기 이론물리학자 제임스

2024-06-2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열역학

열역학이라는 수상한 단어를 분해해 보면, 열(熱)과 힘(力)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學問)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태양에서 나오는 열로부터 시작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발현과 존속도 열 때문에 가능하다. 인류는 불을 발견하여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 모든 동력원이 열을 기반으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역학에는 총 4가지 법칙이 있다고 하는데 전공이 아닌 사람은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제1 법칙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열역학 법칙에는 생뚱맞게도 제0 법칙이란 것이 있다. 원래 열역학 제1 법칙과 제2 법칙이 세상에 소개된 후에 뒤늦게 나온 새 법칙이 논리상으로 이전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0 법칙이라고 이름 짓고 맨 앞에 두었다고 한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면 열이 나는 것은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어서 그렇다. 전열기에 이은 연장선이 뜨거워지는 것은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뀐 것이다. 이렇듯 모든 에너지는 쉽게 열에너지로 변하는 방향성이 있지만, 잘 알다시피 우주의 에너지는 없어지지 않고 보존된다는 대원칙이 있는데 바로 열역학 제1 법칙인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열역학을 이야기할 때 엔트로피라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한다. 엔트로피를 억지로 번역하자면 '무질서도' 정도 되는데 '에너지'와 '전환'을 합성한 단어라고 한다. 물과 설탕을 섞어 설탕물이 되는 과정을 예를 들자면, 컵에 든 물속에 막 설탕을 넣었을 때를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라고 하고 시간이 흐르고 물 전체가 고르게 설탕물이 되었을 때를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라고 부르며 이 경우처럼 세상 모든 것은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향하게 된다. 이렇게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것을 열역학 제2 법칙이라고 한다.     모든 에너지 중에서 열에너지의 엔트로피가 가장 높으므로 전기나 운동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는 결국 열에너지로 바뀌며 그 반대 과정은 엄청나게 힘들다.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하는 이유다.   더운물과 찬물을 섞으면 더운물 온도는 내려가고 찬물 온도는 올라가서 결국 전체 온도가 같아지게 되는데 전문적인 표현으로 열적 평형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쉽고도 당연한 세상 이치를 공연히 어렵고 복잡하게 수식까지 동원해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열역학 제0 법칙으로 불리는 열평형의 법칙이다.   마지막으로 열역학 제3 법칙은 일반 사람이 이해하기 몹시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온도라는 절대 온도 0도라는 것이 있는데 온도가 거기에 가까워지면 엔트로피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덩치가 큰 물체의 움직임을 고전역학에 의해서 추측해 보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하지만 물에 떨어진 먹물이 퍼지는 것처럼 더운 공기가 찬 공기 속에 섞여 나중에는 미지근한 공기가 되는 것 같은 아주 작은 원자나 분자의 움직임을 일일이 추적하는 것은 이론적이든 실제로든 불가능하다. 단지 표본을 추출해서 전체에 적용하는, 즉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으므로 열역학은 통계학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열역학 열역학 법칙 더운물 온도 찬물 온도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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